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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분석/일일 시황 브리핑

유가는 내렸는데 나스닥은 왜 빠졌을까? 미·이란 60일 로드맵이 바꾼 2026년 6월 22일 글로벌 증시

주말까지만 해도 시장의 화두는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였습니다. 그런데 월요일 하루 만에 분위기가 뒤집혔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서 로드맵을 꺼내 들었고, 그 순간 유가가 빠지고 채권금리가 진정됐으며, 한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다만 미국 나스닥은 오히려 내렸습니다. 같은 날 같은 재료를 두고 시장이 왜 이렇게 엇갈렸는지, 하나씩 풀어 보겠습니다.

하루 만에 분위기가 바뀐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직전 주말의 긴장은 중동발이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유가와 금리가 출렁였죠. 그런데 어제(6월 22일) 미국과 이란이 스위스에서 종전 협상을 시작하며 60일 내 최종 합의를 목표로 한 로드맵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핵심은 ‘불확실성의 시한이 정해졌다’는 점입니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갈등인데, 60일이라는 구체적 일정과 단계가 제시되면서 위험 프리미엄이 빠르게 줄었습니다. 악재가 사라진 게 아니라, 악재의 윤곽이 또렷해진 것이 안도감으로 작용했습니다.

합의에 무엇이 담겼길래 유가가 급락했을까
로드맵의 구체적 내용이 유가를 끌어내렸습니다. 합의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항 보장, 핵 프로그램 후속 협상 개시, 레바논 등이 참여하는 갈등 완화 기구 설치가 포함됐습니다. 여기서 원유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의 생산·공급·판매를 8월까지 허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를 사들이고 달러로 대금을 치를 수 있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공급이 다시 풀린다는 신호에 유가는 큰 폭으로 내렸습니다. 7월물 WTI는 2.32% 하락한 배럴당 74.82달러, 8월물 브렌트유는 3.31% 내린 77.90달러로 마감했습니다. 그동안 시장을 짓눌렀던 미 국채금리도 함께 진정됐는데, 10년물 금리는 2.6bp 하락한 4.558%를 기록했고 주 초 2007년 이후 최고까지 올랐던 30년물도 내려왔습니다. ‘유가 하락 → 금리 안정 → 위험자산 안도’라는 연결고리가 작동한 셈입니다.

유가가 빠졌는데 나스닥은 왜 하락했을까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지정학도 풀리고 유가도 내렸는데, 왜 미국 증시는 일제히 오르지 않았을까요. 답은 지수별로 갈린 마감에 있습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29% 오른 5만1712.71로 강세를 보였지만, S&P500은 0.37% 내린 7472.79, 나스닥종합지수는 1.33% 내린 2만6166.60으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을 끌어내린 건 고밸류 기술주였습니다. 특히 스페이스X가 3거래일 연속 하락한 끝에 이날만 16.43% 급락하며 지수를 압박했습니다. 상장 초기의 과열 이후 밸류에이션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평가입니다. 즉 어제 미국 시장은 ‘매크로(지정학·유가·금리)는 우호적이지만, 일부 성장주는 차익 실현 압력을 받는’ 구도였습니다. 매크로 호재와 개별주 부담이 한 화면 안에서 충돌한 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스피는 왜 하락 출발하고도 신고가로 마감했을까
국내 증시는 더 극적이었습니다. 코스피는 장 초반 1.08% 내린 8954.43으로 약하게 출발했습니다. 주말 사이 쌓인 지정학 불안을 반영한 시초가였죠. 하지만 장중 등락을 반복하다 상승 전환에 성공해, 결국 전 거래일 대비 0.69%(62.13포인트) 오른 9114.55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코스닥 역시 0.19% 오른 968.40으로 동반 상승했습니다.
반등의 동력은 반도체였습니다. 미·이란 후속 협상에 대한 기대가 깔린 가운데 메모리 업황 기대가 더해지며 신고가 랠리가 펼쳐졌습니다. 수급을 뜯어보면 외국인이 2조5471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과 기관이 각각 2조1501억원, 3039억원을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렸습니다. 외국인 매도를 국내 자금이 받아낸 구조였던 셈입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친 건 어떤 의미일까
어제 한국 증시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대장주 교체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5.61% 오른 291만9000원에 마감하며,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넘어 약 25년 7개월 만에 코스피 시총 1위에 올랐습니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총 정상에서 내려온 것은 2000년 11월 이후 처음입니다.
배경은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하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따른 이익 레버리지 기대이고, 다른 하나는 하반기로 예정된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대에 따른 수급 유입입니다. 다만 이 교체를 과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우선주 시총까지 포함하면 여전히 SK하이닉스보다 기업 전체 시총이 큽니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역전을 두 기업의 개별 재료 차이에서 비롯된 ‘주가 이벤트’ 성격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같은 흐름 위에서, 포트폴리오 구조와 수급 재료의 차이가 만든 결과로 이해하는 편이 균형 잡힌 해석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주에는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지금 시장은 호재로 한 단계 올라선 뒤, 그 상승을 정당화할 근거를 기다리는 국면입니다. 확인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PCE 물가입니다. 유가가 꺾이긴 했지만 그동안의 상승 압력이 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가 향후 금리 경로의 단서가 됩니다. 둘째는 마이크론 실적입니다. HBM과 D램 호황의 실제 강도를 가늠하는 분기점으로, 어제 시총 1위까지 바꿔 놓은 국내 반도체 쏠림이 펀더멘털로 뒷받침되는지를 보여 줄 잣대입니다. 셋째는 연준입니다. 6월 FOMC는 금리를 동결했지만 위원 절반가량이 연내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둔 매파적 기조가 남아 있어, 케빈 워시 신임 의장 체제의 스탠스가 위험자산 랠리의 상단을 결정할 변수입니다.

투자자는 지금 시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어제 하루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지정학 완화와 유가 하락이 만든 안도 흐름 위에서 반도체가 한국 증시를 신고가로 끌어올린 날’이었습니다. 다만 나스닥이 스페이스X 급락에 밀린 데서 보이듯, 고밸류 성장주에 대한 차익 실현 경계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응의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미·이란 로드맵은 호재지만 ‘60일 이행 과정’이라는 변동성 요인이 남아 있고, 코스피는 신고가와 대장주 교체가 동시에 나올 만큼 반도체 쏠림이 극단으로 진행된 구간입니다. 이런 국면에서는 지수 레벨에 흥분해 추격하기보다, 이번 주 PCE와 마이크론 실적 같은 펀더멘털 확인을 거쳐 비중을 조절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한 방향에 몰아넣기보다 분할과 분산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한 시점입니다.